徑竹色逾淨 窓蕉聲轉寒(경죽색유정 창초성전한) - 곧은 대나무 색은 더욱 맑은데 창의 파초소리 차갑게 변한다.
卷舒今自知 衰榮隨萬長(권서금자지 쇠영수만장) - 말렸다 펴짐은 지금 알 수 있지만 쇠잔하고 번성하는 것은 천명에 맡길밖에.
葉如似界紙 心似倒抽書(엽여사계저 심사도추서) - 잎사귀는 비스듬히 그린 종이 같고 속은 거꾸로 뽑아 올린 책 같구려.
暎水靑三尺 當簾綠一叢(영수청삼척 당렴녹일총) - 푸른빛 삼척 몸은 물에 잠겨 비추고 연두빛 한 떨기 주렴에 걸려 있네.
一種靈苗異 天然體性虛(일종영묘이 천연체성허) - 일종에 영한 싹이 특이도 한 데 천연으로 생긴 몸과 성지도 허하기만 하구나.
蕉葉卷舒雨 鳩聲問答風(초엽권서우 구성문답풍) - 파초 잎을 비에 말고 펴는데 비둘기 소리는 바람과 문답한다.
前蕉葉錄成林 長夏全無暑氣侵(첨전초엽록성림 장하전무서기침) - 처마 밑이 파초잎으로 숲을 이루어 긴긴 여름날 더운 기운이 밀려들지 못하네.
孤心只在葉中央 一夕抽開二尺長(고심지재엽중앙 일석추개이척장) - 외로운 꽃잎 속에 있었는데 다시보니 밤사이 두자나 자랐구나.
美人間立秋風裏 容孤眼夜雨中覇(미인간립추풍이 용고안야우중패) - 미인은 가을바람에 한가로이 서있고 패용은 밤비 속에 외로이 졸고 있네.
不雨寒聲猶滴瀝 無風 影巳淸 (불우한성유적력 무풍소영사청량) - 비개어도 찬소리는 물뿌린 듯 나고 바람 없어도 듬성한 그림자가 시원도 하구나.
仙仙毫擧碧嵯峨 泛欲光風縮欲波(선선호거벽차아 범욕광풍축욕파) - 시원하게 당당한 모습 푸르름 드높은 데 두엉실 광풍이 일려하니 움추려 물결이 일려한다.
繞身無數靑羅扇 風不來時也不凉(요신무수청라선 풍불래시야불량) - 푸른 몸을 수없이 여는 푸른 비단 부채련만 바람이 오지 않을 때엔 서늘하지 않고여.
一封書札藏何事 會被東風暗折看(일봉서찰장하사 회피동풍암절간) - 한봉 서찰에 무슨 사연 갊았는고 인제 동풍이 가만히 펴보게 되리라.
早鞏啼復歇 殘燈滅又明 隔窓知夜雨 芭蕉先有聲(조공제부힐 잔등멸우명 격창지야우 파초선유성) - 이른 귀뚜라미 울다 다시 쉬니 쇠잔한 등불은 꺼졌다 또 밝는다. 창 너머 밤비 옴을 앎은 파초가 먼저 소리를 내어서다.
不枝惟葉茂 無幹信中空 所以免折 爲衣君子風(불지유엽무 무간신중공 소이면최절 위의군자풍) - 가지는 없는데 무성한 이이 줄기 없이 공중에 펄럭이면서 그러고도 꺾이지 아니하는 까닭은 군자의 풍도를 지녔기 때문.
詩人觀物渺無邊 笑殺西方長舌禪 三十三春淡盡否 一重還有綠天天(시인관물묘무변 소살서방장설선 삼십삼춘담진부 일중환유녹천천) - 시인은 만물을 봄에 묘연히 가이 없고 서방의 수다스런 선일소에 부친다. 세상 모든 봄 맑음은 다 했는가 한 번 거듭되면 도리어 푸르름 밝게 있음을.
窓前栽竹與芭蕉 避俗遮塵夢亦 遙可喜吾園秋氣早 風聲剩有雨聲饒(창전재죽여파초 피속차진몽역요 가희오원추기조 풍성잉유우세요) - 창 앞에 대나무와 파초를 심어두어 속세를 피하고 먼지를 가리는 꿈결도 아스랗다 기쁘다 우리 정원엔 가을 기운이 빨리 들어 바람소리도 넉넉하고 빗소리도 많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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