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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예 (캘리그라피)/한시·명구 모음

[한시 모음] 김삿갓 시 2수 (해설포함)

by 움니차 2026.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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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제(無題) - 김삿갓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天光雲影共排徊(천광운영공배회)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핵심 정리]

1. 지은이 : 김삿갓(金笠, 1807-1863) 본명은 김병연(金炳淵). 한때 과거 급제를 통해 벼슬길에 오르려는 뜻을 품기도 하였으나, 가문의 내력을 알고는 이를 포기하고 방랑길에 올랐다. 그의 한시 작품들은 일상적이고 파격적인 표현, 날카로운 풍자로써 양반층을 풍자하는 동시에 재치와 해학으로 서민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성격 : 관조적. 비판적. 해학적

4. 어조 : 위로와 연민이 담긴 대화의 어조

5. 표현 : 작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 드러남

6. 특징 : 하층민에 대한 작가의 연민이 드러남

7. 제재 : 농민의 가난한 삶

8. 주제 : 가난에 시달리는 농민에 대한 연민과 작가의 안빈낙도(安貧樂道)

 

작품 해설

이 시는 김삿갓이 방랑 생활 중에 한 농가에서 하게 된 식사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이라는 1구의 간결한 묘사에는, 여로(旅路)에 지친 나그네에게 베푸는 농민의 따스한 인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건 죽 한 그릇밖에는 대접할 것이 없는 눈물겨운 가난이 압축적으로 그려져 있다. 2구의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라는 표현에는 방랑 생활을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이 깃들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4구의 안빈낙도하는 삶의 자세,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하층민에게 해학적 표현을 통해 위로의 말을 건네는 따스함을 읽을 수 있다.

 

2. 삿갓을 읊다[詠笠(영립)] - 김삿갓

가뿐한 내 삿갓이 빈 배와 같아 浮浮我笠等虛舟(부부아립등허주)
한 번 썼다가 사십 년 평생 쓰게 되었네. 一着平生四十秋(일착평생사십추)
목동은 가벼운 삿갓 차림으로 소 먹이러 나가고 牧堅輕裝隨野犢(목수경장수야독)
어부는 갈매기 따라 삿갓으로 본색을 나타냈지. 漁翁本色伴沙鷗(어옹본색반사구)
취하면 벗어서 구경하던 꽃나무에 걸고 醉來脫掛看花樹(취래탈괘간화수)
흥겨우면 들고서 다락에 올라 달 구경하네. 興到携登翫月樓(흥도휴등완월루)
속인들의 의관은 모두 겉치장이지만 俗子依冠皆外飾(속자의관개외식)
하늘 가득 비바람 쳐도 나만은 걱정이 없네. 滿天風雨獨無愁(만천풍우독무수)

 

[핵심 정리]

1. 지은이 : 김삿갓

2. 갈래 : 한시. 칠언율시

3. 성격 : 관조적. 자족적

4. 어조 : 안빈낙도(安貧樂道)하는 독백의 어조

5. 표현 : 대조적 표현을 통해 양반층의 허세와 위선을 비판함

6. 특징 : 안빈낙도하는 풍류의 자세가 드러남

7. 제재 : 삿갓

8. 주제 : 자연을 벗삼은 방랑 생활의 풍류

 

 

작품 해설

이 시는 방랑 생활 중에 자신의 벗이 되어 비바람을 막아 주는 삿갓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자신의 삿갓이 가뿐한 빈 배와 같아 좋다는 1구의 표현은, 방랑 생황을 오히려 즐기며 아무런 집착도 거리낌도 없이 살아가겠다는 삶의 태도를 나타내 준다. 3구와 4구에 나타나는 목동과 어부 이야기는, 삿갓을 쓰고 살아가는 삶이 비록 지배 계급의 부귀영화와 같지는 않지만, 하층민의 소박한 생활을 닮아 있다는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든다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5,6구에서는 꽃과 달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노래함으로써 자연을 벗삼아 즐기는 방랑 생활의 풍류를 자랑하고 있으며, 7구와 8구에서는 이러한 자신의 생활을 속인(俗人)’들의 삶과 대조함으로써 사대부 계급의 허세와 위선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은연 중에 드러냈다. 이와 같이 이 시는 삶과 현실에 대한 작가의 태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하는데, 소박하게 살아가는 하층민에 대한 애정, 자연을 벗삼아 안빈낙도하는 풍류의 자세 등이다.

 

3. 안락성을 지나며[過安樂見(과안락견)] - 김삿갓

안락성 안에 날이 저무는데 安樂城中欲暮天(안락성중욕모천)
관서 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關西孺子聳詩肩(관서유자용시견)
마을 인심이 나그네를 싫어해 밥짓기는 미루면서 村風厭客遲炊飯(촌풍염객지취반)
주막 풍속도 야박해 돈부터 달라네. 店俗慣人但索錢(점속관인단색전)
빈 배에선 자주 천둥 소리가 들리는데 虛腹曳雷頻有響(허복예뢰빈유향)
뚫릴 대로 뚫린 창문으로 냉기만 스며드네. 破窓透冷更無穿(파창투냉경무천)
아침이 되어서야 강산의 정기를 한 번 마셨으니 朝來一吸江山氣(조래일흡강산기)
인간 세상에서 벽곡의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詩向人間辟穀仙(시향인간벽곡선)

 

[시어, 시구 풀이]

過安樂見(과안락견) : ‘안락성을 지나며 본 것이라는 뜻

關西(관서) : 평안도 지방

孺子(유자) : 어린 사내아이

辟穀(벽곡) : 곡식은 안 먹고 솔잎, 대추, 밤 따위만 날로 조금씩 먹음. 또는 그런 사람. 신선의 식생활을 표현한 것

 

관서 지방 못난 것들이 시 짓는다고 우쭐대네.

: ‘孺子(유자-‘선비를 뜻함)’라고 써야 할 부분에 孺子(유자-젖먹이 또는 어린아이)’라고 하여 같은 발음의 다른 어휘를 사용하여, 사대부의 허세를 유치하다고 조롱하고 있다. 봉건 질서의 모순과 양반 귀족들의 허식에 대해 품었던 작가의 비판적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마을 인심이 - 돈부터 달라네.

: 이 부분은 여행 중에 들른 안락성에서 농촌의 넉넉한 인심이 아니라 상업주의적 태도를 만나고 불쾌감을 표현한 것이다.

 

아침이 되어서야 - 신선이 되려 시험하는가.

: 한밤중에 주막에 들어 아침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음을 나타낸 부분이다. 고단하고 배고픈 나그네의 서글픈 신세를 나타내면서도 선비의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는 정신적 여유가 엿보인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김삿갓

2. 갈래 : 한시. 칠언율시

3. 성격 : 비판적 풍자적

4. 표현 : 과장법

5. 구성 : 1,2- 양반의 허세 비판

3,4- 야박한 마을 인심

5,6- 나그네의 서글픔 제시

7,8- 선비의 자부심

6. 제재 : 양반들의 허세와 야박한 인심

7. 주제 : 사대부의 허세와 관서 지방의 야박한 인심에 대한 풍자

 

작품 해설

이 시는 평안도 안락성에서 하룻밤을 묵게 된 작가가 그 지방의 각박한 인심과 사대부의 허세를 비판한 칠언율시의 한시다.

평안도 용강에서 일어난 홍경래의 난으로 인해 가문의 몰락을 겪은 작가의 집안 내력으로 볼 때, 작가가 애초에 관서 지방에 대해 좋은 감정을 품기는 어려웠을 것이며, 이 작품에서 관서 지방의 인심을 비판한 심리적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대 사회에 대한 김삿갓의 비판이 애초에는 집안의 몰락으로 인한 개인적 입장에서 비롯되기는 했지만, 점차 봉건 질서와 신분 제도, 빈부의 격차와 양반층의 허식과 횡포에 대한 것으로 옮아 갔음을 생각할 때, 이 작품을 이와 같이 해석할 수만은 없다. 이 시는, 유학적 지식과 작시(作詩) 능력을 통해 자신들의 계급적 우월을 정당화하려 했던 사대부 계급의 허세와 무식을 비판하고, 가난한 나그네를 괄시하는 각박한 인심과 세태를 풍자한 작품이라고 보는 것이 마땅하다.

 

4. 원 생원(元生員) - 김삿갓

해 뜨자 원숭이가 언덕에 나타나고, 日出猿生員(일출원생원)
고양이가 지나가자 쥐가 다 죽네. 描過鼠盡死(묘과서진사)
황혼이 되자 모기가 처마에 이르고, 黃昏蚊檐至(황혼문첨지)
밤 되자 벼룩이 자리에서 쏘아 대네. 夜出蚤席射(야출조석사)

 

[핵심 정리]

1. 지은이 : 김삿갓(金笠, 1807-1863)

2. 갈래 : 한시. 오언절구

3. 성격 : 풍자적. 비판적. 냉소적. 해학적

4. 어조 : 비꼬는 냉소의 목소리

5. 제재 : 북도 지방 어느 마을의 유지들

6. 주제 : 마땅치 않은 인물들에 대한 풍자와 희화화

 

작품 해설

김삿갓이 북도 지방의 어느 집에 갔다가 그 곳에 있던 마을 유지들을 놀리며 지은 시이다. 구절마다 끝의 세 글자는 원 생원(元生員), 서 진사(徐進士), 문첨지(文僉知), 조석사(趙碩士)의 음을 빌려 쓴 것이다. 이는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의 우리말을 옮겨야 이해가 된다. 나름대로 그 지역의 유지들이었을 사람들을 원숭이, 고양기, 모기, 벼룩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데 이 시의 묘미가 있다. 마땅치 않은 상대들을 직설적이지 않은 어조로 비난하되 해학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표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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