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가마꾼[肩輿歎] - 정약용(丁若鏞)
| 人知坐輿樂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不識肩輿苦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고 있네. 肩輿山峻阪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를 때면, 捷若蹄山麌 빠르기가 산 타는 노루와 같고 肩輿不懸崿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올 때면, 沛如歸笠羖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처럼 재빠르네. 肩輿超谽谺 가마 메고 깊은 골짜기 건너갈 때면, 松鼠行且舞 다람쥐도 덩달아 같이 춤추네. 側石微低肩 바위 옆을 지날 때에는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 오솔길 지날 때에는 종종걸음 걸어가네. 絶壁頫黝潭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다볼 때는, 駭魄散不聚 놀라서 혼이 나가 아찔하기만 하네. 快走同履坦 평지를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 귀에서 바람 소리 쌩쌩 난다네. 所以游此山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인즉슨 此樂必先數 이 즐거움 맨 먼저 손꼽기 때문 紆回得官岾 근근히 관첩(官帖)을 얻어만 와도 役屬遵遺矩 역속(役屬)들은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矧爾乘傳赴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翰林)에게 翰林疇敢侮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오. 領吏操鞭扑 고을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을 맡고, 首僧整編部 수승(首僧)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네. 迎候不差限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길쏘냐, 肅恭行接武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네. 喘息雜湍瀑 가마꾼 숨소리 폭포 소리에 뒤섞이고 汙漿徹襤褸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속속들이 젖어 가네 度虧旁者落 외진 모퉁이 지날 때 옆엣놈 뒤처지고, 陟險前者傴 험한 곳 오를 때엔 앞엣놈 허리 숙여야 하네. 壓繩肩有瘢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 자국 나고, 觸石趼未瘉 돌에 채여 부르튼 발 미쳐 낫지 못하네. 自痔以寧人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케 해 주니, 職與驢馬伍 하는 일 당나귀와 다를 바 하나 없네. 爾我本同胞 너나 나나 본래는 똑같은 동포이고, 洪勻受乾父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는데, 汝愚甘此卑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 내 어찌 부끄럽고 안타깝지 않을쏘냐. 吾無德及汝 나의 덕이 너에게 미친 것 없었는데, 爾惠胡獨取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으리. 兄長不憐弟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 자애로운 어버이 노하지 않겠는가. 僧輩楢哿矣 중들은 그래도 나은 편이요. 哀彼嶺不戶 영하호(嶺下戶) 백성들은 가련하고나. 巨槓雙馬轎 큰 깃대 앞세우고 쌍마(雙馬) 수레 타고 오니, 服驂傾村塢 촌마을 사람들 모조리 동원하네. 被驅如太鷄 닭처럼 개처럼 내몰고 부리면서, 聲吼甚豺虎 소리치고 꾸중하기 범보다 더 심하네. 乘人古有戒 예로부터 가마 타는 자 지킬 계율 있었는데, 此道棄如土 지금은 이 계율 흙같이 버려졌네. 耘者棄其鋤 밭 갈다가 징발되면 호미 내던지고 飯者哺以吐 밥 먹다가 징발되면 먹던 음식 뱉어야 해. 無辜遭嗔暍 죄 없이 욕 먹고 꾸중 들으며, 萬死唯首俯 일만 번 죽어도 머리는 조아려야. 顦顇旣踰艱 병들고 지쳐서 험한 고비 넘기면, 噫吁始贖擄 그 때야 비로소 포로 신세 면하지만, 浩然揚傘去 사또는 일산(日傘)쓰고 호연(浩然)히 가 버릴 뿐, 片言無慰撫 한 마디 위로의 말 남기지 않네. 力盡近其畝 기진 맥진하여 논밭으로 돌아오면 呻唫命如縷 지친 몸 신음 소리 실낱 같은 목숨이네. 欲作肩與圖 이 가마 메는 그림 그려 歸而獻明主 임금님께 돌아가서 바치고 싶네. |
[핵심 정리]
1. 지은이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경기도 광주 출생.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호는 다산(茶山). 또는 여유당(與猶堂). 정조 13년에 남인(南人)의 불리한 처지를 극복하고 대과에 급제하여 정조의 총애를 받기도 한 실학자이다. 저서에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아주 많다.
2. 갈래 : 한시(漢詩)
3. 연대 : 1832년
4. 주제 : 부당한 현실에 대한 직시(直視)와 비판
5. 출전 : <여유당 전서(與猶堂全書)>
▶ 작품 해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이 귀양에서 풀려나 향리로 돌아와 있을 때 지은 작품으로, 백성들의 삶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함께 풍자성이 강하게 나타나 모순된 시대 현실에 대한 정약용의 비판적 태도를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작자는 먼저 관리의 가마를 메고 산으로 올라가는 영하호(嶺下戶) 주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묘사한 후,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는 관리들의 도덕적 무감각을 강하게 질타한다. 이런 비판 속에는, 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당한 행위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작자의 진보적인 의식이 숨어 있다. 작자는 이러한 논리를 임금에게까지 적용시킨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임금이야말로 백성들에게 가마 메는 괴로움을 강요하는 가장 핵심적인 주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 고시(古詩) - 정약용(丁若鏞)
|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와 / 지지배배 그 소리 그치지 않네 말하는 뜻 분명히 알 수 없지만 / 집 없는 서러움을 호소하는 듯 “느릅나무 홰나무 묵어 구멍 많은데 / 어찌하여 그 곳에 깃들지 않니?” 제비 다시 지저귀며 / 사람에게 말하듯 “느릅나무 구멍은 황새가 쪼고 / 홰나무 구멍은 뱀이 와서 뒤진다오.” 燕子初來時(연자초래시) 喃喃語不休(남남어불휴) 語意雖未明(어의수미명) 似訴無家愁(사소무가수) 楡槐老多穴(유괴노다혈) 何不此淹留(하불차엄류) 燕子復喃喃(연자부남남) 似與人語酬(사여인어수) 楡穴款來啄(유혈관래탁) 槐穴蛇來搜(괴혈사래수) |
[시어, 시구 풀이]
燕子(연자) : 제비
喃喃(남남) : 재잘거리는 소리와 글 읽는 소리라는 뜻으로 쓰이나 여기서는 재잘거리는 소리로 쓰임
無家愁(무가수) : 집이 없는 근심
楡槐(유괴) : 느릅나무와 홰나무
제비 한 마리 처음 날아와 : 여기서 제비는 관리들에게 수탈을 당해 어려움을 겪는 백성들을 암시함
느릅나무 구멍은 ~ 뱀이 와서 뒤진다오.
: 지배 세력의 착취와 수탈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황새’와 ‘뱀’은 백성을 괴롭히는 권력층이나 힘이 있는 사람들을 암시하는 것으로 고려 시대 이제현의 ‘사리화’에서는 권력층이 ‘참새’로 비유되는 것에 비해 여기서는 ‘제비’라는 새가 약자인 백성을 상징하고 있고, 고사성어로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연상되는 대목임
[핵심 정리]
1. 지은이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경기도 광주 출생.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호는 다산(茶山). 또는 여유당(與猶堂). 정조 13년에 남인(南人)의 불리한 처지를 극복하고 대과에 급제하여 정조의 총애를 받기도 한 실학자이다. 저서에 <목민심서(牧民心書)>, <경세유표(經世遺表)>, <흠흠신서(欽欽新書)> 등 아주 많다.
2. 갈래 : 한시, 오언고시(五言古詩)
3. 성격 : 풍자적, 우의적(寓意的), 현실 비판적
4. 어조 : 안타까움과 연민(憐愍)의 목소리, 부당한 현실을 비유적으로 고발하며 원망하는 어조
5. 표현 : 우의적인 방법으로 지배층의 횡포를 풍자. 시대 현실에 대한 화자의 비판적 태도가 드러남
6. 제재 : 제비의 울음소리
7. 주제 : 지배층의 횡포와 피지배층의 고통
8. 출전 : <다산시선(茶山詩選)>
▶ 작품 해설
이 시는 다산(茶山) 정약용의 고시(古詩) 27수 중[고시(古詩) 8]의 하나로서, 지배층의 횡포와 피지배층의 서러움을 우의적으로 노래한 한시(漢詩)다.
황새와 제비, 뱀과 제비를 대립시킴으로, 황새나 뱀에 가탁(假託)된 지배층의 횡포와 제비에 가탁된 일반 민중의 서러움을 나타내고 있다.
이 시의 구성은, 첫째 연에서는 그치지 않는 제비의 울음소리, 둘째 연에서는 제비의 소리가 가난한 서러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셋째 연에서는 제비가 느릅나무․홰나무 구멍에 들지 않은 모습, 넷째 연에서는 사람에게 말하는 듯한 제비의 소리, 다섯째 연에서는 느릅나무․홰나무 구멍을 뱀이 뒤진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시는 조선 후기의 시대상을 우의적인 수법으로 풍자한 시이다. 서정적 화자는 제비의 입을 빌려 약한 백성을 약탈하는 관리들에 대한 비판과 핍박받는 백성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겉으로는 제비가 황새나 뱀으로부터 수난을 당하는 것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사실은 당시 지배층들이 서민들을 착취하는 모습을 우화적인 수법을 동원하여 풍자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시에 나오는 제비는 지배 세력으로부터 착취당하는 서민층을 의미하며, 황새와 뱀은 서민들을 괴롭히는 지배 세력을 의미한다.
다산 정약용은 그가 쓴 다른 글에서도 관리들의 약탈로 인해 백성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돌아다니며 살고 있는 당대의 현실을 여러 차례 고발하였다.
3. 구우(久雨) - 정약용(丁若鏞)
| 궁벽하게 사노라니 사람 보기 드물고 / 항상 의관도 걸치지 않고 있네. 낡은 집엔 향랑각시 떨어져 기어가고, / 황폐한 들판엔 팥꽃이 남아 있네. 병 많으니 따라서 잠마저 적어지고, / 글 짓는 일로써 수심을 달래 보네. 비 오래 온다 해서 어찌 괴로워만 할 것인가 / 날 맑아도 또 혼자서 탄식할 것을. 窮居罕人事(궁거한인사) 恒日廢衣冠(항일폐의관) 敗屋香娘墜(패옥향랑수) 荒畦腐婢殘(황휴부비잔) 睡因多病減(수인다병감) 秋賴著書寬(추뢰저서관) 久雨何須苦(구우하수고) 晴時也自歎(청시야자탄) |
[시어, 시구 풀이]
窮居(궁거) : 가난하고 궁핍하게 살아감
罕人事(한인사) : 사람 모습 보기 드묾
廢衣冠(폐의관) : 옷과 갓을 걸치지 않음. 예복을 갖추지 못함
敗屋(패옥) : 무너져 가는 집. 부서진 집
香娘(향랑) : 향랑각시. 노래기
荒畦(황휴) : 황폐한 밭. 들판
腐婢(부비) : 팥꽃
因多病(인다병) : 병이 많음으로 인하여
何須苦(하수고) : 어찌 괴로워만 할 것인가?
晴時(청시) : 날이 맑음
也(야) : 또. 잇달아
궁벽하게 - 보기 드물고 : 벼슬살이하지 않고 선비이고 보니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쓸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낡은 집엔 - 기어가고, : 장마철에 집도 낡아, 노래기가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날 맑아도 - 탄식할 것을, : 아무런 기쁨도 없는 자신의 삶을 한탄하고 있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정약용
2. 갈래 : 오언율시(五言律詩)
3. 압운 : 冠 殘 寬 歎
4. 성격 : 비판적. 우회적
5. 표현 : 대구법. 영탄법
6. 주제 : 궁핍한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7. 출전 : <여유당 전서(與猶堂全書)>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장마철 농촌의 가난한 삶을 그리고 있다. 벼슬길에서도 멀어져 찾아오는 이도 없고, 의복은 남루한데 비는 하염없이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집안에는 노래기가 기어다니고 들판은 황량한 모습이니 글을 짓는 선비의 마음을 짐작할 만하다. 가난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뻔히 알고 있지만 자신에게 힘이 없어 괴로워해야 하는 작자의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그러니 차라리 비가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가져 보는 것이다.
4. 보리 타작[打麥行] - 정약용(丁若鏞)
|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新蒭獨酒如湩白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大碗麥飯高一尺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飯罷取耞登場立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雙肩漆澤翻日赤 옹헤야 소리 내며 발 맞추어 두드리니 呼邢作聲擧趾齊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須叟麥穗都狼藉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雜歌互答聲轉高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但見屋角紛飛麥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觀其氣色樂莫樂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了不以心爲形役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樂園樂郊不遠有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오. 何苦去作風麈客 |
[시어, 시구 풀이]
한 자 : 일 척(一尺). 약 30센티미터 가량. 보리밥 높이가 한 자인 것은 과장법이 사용됨
도리깨 : 곡식의 알을 떠는 농구의 하나
검게 탄 : 햇빛 아래에서 노동을 한 어깨의 빛깔
옹헤야 : 민요의 후창 부분의 감탄사
보이느니 : 보이는 것이
기색 : 희로애락의 감정의 작용으로 얼굴에 나타나는 기분과 얼굴색
새로 거른 - 햇볕 받아 번쩍이네.
: 좋은 술과 기름진 음식은 아닐지라도 노동의 건강성과 좋은 조화를 이루는 막걸리와 보리밥이 요기로서는 부족함이 없음과 햇빛에 그을은 두 어깨로 대변되는 농민의 노동하는 건강한 삶에 화자가 감탄하고 있다. 화자는 직접 노동에 참여하지는 않는 사람으로 시적 대상이 노동하려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에 감동을 받고 있다.
응헤야 소리 내며 - 보리티끌뿐이로다.\
: 노동요를 부르면서 흥겹게 도리깨질을 하는 농민이 보리 낟알이 온 마당에 날릴 정도로 적극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고, 그 노동의 강도는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더욱더 강해진다. 노랫가락 소리도 높아지고 동시에 마당뿐만 아니라 온 집안에 보리 낟알이 날리고 있다. 화자는 건강한 농민의 노동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 기색 - 되지 않았네.
: 농민의 즐거운 노동 행위에서 건강하고 생동하는 삶을 발견하고 그로 말미암아 육신과 정신이 조화로운 통일을 이루고 있다는 인식까지 드는 것이다. 화자는 시적 대상인 농민의 건강한 노동 행위를 관찰한 끝에 삶의 본질을 깨닫고 있는 것이다.
낙원이 먼 곳에 - 헤매고 있으리요.
: 대상의 행위에서 깨달은 삶의 본질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고 화자의 내면에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즉 화자가 벼슬길에 나서 정치적 억압을 받고 힘든 삶을 살아 온 과정이 모두 부질없는 행위였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화자는 대상을 보기 전과는 다른 새로운 삶의 진리를 깨달았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정약용(丁若鏞 1762-1836)
2. 갈래 : 행(行 - 한시의 일종). 서정시. 리얼리즘 시
3. 연대 : 1801년
4. 구성 : 기, 승, 전, 결의 4단 구성. 선경후정(先景後情)의 시상 전개
기(1-4행) - 노동하는 농민의 건강한 삶의 모습
승(5-8행) - 보리 타작하는 마당의 정경
전(9-10행) - 정신과 육체가 합일된 노동의 기쁨
결(11-12행) - 관직에 몸담은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
5. 성격 : 사실적. 반성적
6. 배경 사상 : 실사구시의 실학사상
7. 주제 : 농민의 보리 타작 노동과 거기에서 얻는 삶의 즐거운 모습
8. 의의 : 사실성과 현장성이 평민적인 시어의 구사와 함께 잘 어울리는 조선 후기 한시의 전형이다. 다산(茶山)의 중농(重農) 사상과 현실주의 시 정신을 잘 나타내는 작품이다.
9. 출전 : <여유당 전서(與猶堂全書)>
▶ 작품 해설
다산(茶山)의 한시 작품은 실학 사상을 배경으로 사회 제도의 모순, 관리나 토호들의 횡포, 백성들의 고뇌, 농어촌의 가난 등이 그 주제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는 대부분이 현실적인 면을 사실적으로 그렸으며, 시어(詩語)도 평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보리 타작”도 가난을 딛고 건실하게 일하는 농민의 건설적인 모습을 보이는 바, 악부(樂府)시체에서 전화한 한시의 한 체인 ‘행(行)’을 그 형식으로 하고 있다.
이 시에서 서정적 자아는 결구에서 보듯이 관직에 있었던 경험을 지닌 사대부이다. 곧 작자인 정약용 자신이라 해도 무방하다. 실학자인 작자는 현명한 목민관은 권농(勸農)을 으뜸 가는 임무로 삼아야 함을 주장하고, 전정(田政)과 군정(軍政)에 치중하여 병농일치(兵農一致)를 근간으로 하는 중농 정책을 주장하였다. 이처럼 농사 짓기를 중시하는 작자의 눈에 비친 당대 농민의 삶은 건강한 것이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특히 이 작품은 농민의 건강한 노동의 모습을 잘 보여 주는 보리 타작하는 모습을 소재로 이러한 작자의 생각을 잘 나타내고 있다.
1-4행에서는 막걸리와 보리밥 한 사발을 너끈히 먹자마자 웃통을 벗고 마당에 가서 보리 타작하는 농민의 모습을 통해 건강한 삶의 표상을 제시한다. 그리고 5-8행에서는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는 보리 타작이라는 노동에 농민들이 몰두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노동하는 삶이야말로 기쁜 삶이라는 것을 잘 보여 주고 있다. 9-10행에서는 육체와 정신이 통일되어 있는 농민의 모습에서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지 않은 주체적 인간상을 느끼고, 11-12행에서는 농민의 삶을 보고는 벼슬길을 헤매며 보잘것없는 물욕(物慾)에 시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기도 한다.
이 시에서 우리는 성장하는 조선 후기 민중들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이 생생하게 느낄 수 있으며, 새롭고 가치 있는 삶을 민중들의 일상 생활에서 찾고자 하는 당대 진보적 지식인의 세계관을 알 수 있다.
5. 탐진 촌요(耽津村謠) 7 - 정약용(鄭若鏞)
| 棉布新治雪樣鮮(면포신치설양선) 黃頭來博吏房錢(황두래박이방전) 漏田督稅如星火(누전독세여성화) 三月中旬道發船(삼월중순도발선) 새로 짜낸 무명이 눈결같이 고왔는데 이방 줄 돈이라고 황두가 뺏어가네 누전 세금 독촉이 성화같이 급하구나 삼월 중순 세곡선(稅穀船)이 서울로 떠난다고. |
[시어, 시구 풀이]
새로 짜낸 - 고왔는데 : 새로 짠 무명을 자랑스러워하고 만족해 하는 모습이 선연하게 살아 있다.
이방 줄 - 뺏어가네. : 지방의 말단 관리조차 그 횡포가 심하였음을 보여 준다.
누전 세금 - 급하구나. : 장부에 누락되어 세금 매길 것을 근거가 없는 토지를 재결(災結)로 거짓 보고하여 세금을 앗아가는 지방관의 횡포를 보여 주고 있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정약용
2. 갈래 : 칠언절구(七言絶句)
3. 압운 : 鮮 錢 船
4. 성격 : 고발적. 비판적
5. 표현 : 직유법. 도치법
6. 주제 : 관리들의 횡포 고발
7. 출전 :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 작품 해설
탐진(耽津)은 지금의 전남 강진으로서 다산(茶山) 정약용의 유배지이다. 그 곳에서 유배 생활을 하던 시절에 농촌의 모습과 농민 생활의 고초를 그린 “탐진 촌요”는 “탐진 농가(耽津農家)”, “탐진 어가(耽津漁歌)”와 더불어 3부작(三部作)을 이루고 있다. “탐진 촌요”는 모두 15수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에 실린 것은 그 중 한 수이다.
이 작품은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눈물겨운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피땀 흘려 짜낸 무명을 황두들이 뺏어가고, 성화 같은 세금 독촉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삶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이 다가온다. 다산(茶山)의 한시(漢詩) 가운데는 관리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농민들의 고달픈 삶을 노래한 것들이 많이 있는데, 다산은 이런 작품을 통해 당시의 피폐한 농촌의 현실을 고발하고, 백성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을 촉구했다.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가혹한 정치를 이르는 말)’라는 구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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