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꿈속의 넋[夢魂] - 이옥봉(李玉峰)
| 요사이 안부를 묻노니 어떠하시나요? 달 비친 사창(紗窓)에 저의 한이 많습니다. 꿈 속의 넋에게 자취를 남기게 한다면 문 앞의 돌길이 반쯤은 모래가 되었을 걸. 近來安否問如何 月到紗窓妾恨多 若使夢魂行有跡 門前石路半成沙 |
[시어, 시구 풀이]
紗窓(사창) : 얇은 비단으로 만든 창. 여자가 기거하는 방을 이르기도 함
[핵심 정리]
1. 지은이 : 이옥봉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주제 : 임을 기다리는 여심(女心)
4. 출전 : <옥봉집(玉峰集)>
▶ 작품 해설
사랑하는 임을 그리워하는 연모의 정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감성인 것이다. 이 시는 이러한 사무치는 연모의 정을 그려내고 있다. 승구(承句)에서는 그리움을 달빛에 비추어 하소연하였고, 결구(結句)에서는 꿈 속의 발자취가 현실로 옮겨진다면 돌길이 반쯤 모래가 되었으리라 하여 임을 만나고 싶은 애타는 심정을 하소연하였다. 전구(轉句)에서의 시상 변환이 특히 뛰어나다.
2. 대관령을 넘으면서 - 사임당 신씨(師任堂 申氏)
| 鶴髮慈親在臨瀛 늙으신 어머님을 강릉에 두고 身向獨去長安情 이 몸 혼자 서울로 떠나는 마음 回首北坪時一望 돌아보니 고향은 아득도 한데 白雲飛下暮山情 흰 구름 나르고 산은 저무네. |

[핵심 정리]
1. 지은이 : 사임당 신씨(師任堂 申氏, 1504-1551) 율곡 이이(李珥)의 어머니로 시문과 조선 중기 여류 서화가(書畵家)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주제 :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4. 출전 : <선비행장(先妣行狀)>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이율곡의 어머니인 사임당이 늙으신 친정 어머니를 강릉에 홀로 두고 서울 시댁으로 떠나는 슬픔을 읊은 시이다.
3. 보천탄에서[寶泉灘卽事] - 김종직(金宗直)
| 桃花浪高幾尺許(도화랑고기척허) 복사꽃 뜬 냇물 얼마나 불었는고, 狠石沒頂不知處(한석몰정부지처) 솟은 바위 아주 묻혀 짐작 어려워. 兩兩鸕玆鳥失舊磯(양냥노자실구기) 쌍쌍의 가마우지 옛 터전 잃어, 啣魚却入菰蒲去(함어각입고포거) 물고기 입에 문 채 풀섶에 드네. |
[시어, 시구 풀이]
桃花浪高(도화랑고) : 복사꽃이 떠 있는 물결이 높아
幾尺許(기척허) : 몇 자쯤인가
狠石(한석) : 어지럽게 솟은 바위. <대동시선(大東詩選)>에는 ‘은석(銀石)’으로 되어 있다.
兩兩(양냥) : 둘씩 또는 둘이 모두
鸕玆鳥(노자) : 가마우지. 가마우지과에 속하는 바닷새
舊磯(구기) : 옛 터전
菰蒲(고포) : 줄풀과 부들. 수초(水草)
복사꽃 뜬 냇물 얼마나 불었는고, / 솟은 바위 아주 묻혀 짐작 어려워.
: 솟은 바위마저 물에 잠겨, 복사꽃이 뜬 냇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는 상황의 변화를 소개하고 있다.
물고기 입에 문 채 풀섶에 드네.
: 물이 불었어도 그 물가를 떠나지 않고 살아가는 가마우지의 인고(忍苦)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김종직(金宗直, 1431-1492) 조선 성종 때의 학자. 문신. 호는 점필재(佔畢齋). 이른바 영남학파의 사종(師宗)으로 문장과 경학에 뛰어났다.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압운 : 許, 處, 去
4. 성격 : 상징적
5. 구성 : 기승전결 4단 구성
6. 주제 : 상황의 변화를 극복하는 인고(忍苦)의 삶
7. 출전 : <점필재집(佔畢齋集)>
▶ 작품 해설
조선 성종 때의 사림(士林) 문학의 대표적 존재인 김종직의 작품으로, 시류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겨 내며 살아가는 선비의 곧은 정신을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은 “보천탄에서” 2수 중 첫째 수로 칠언절구이다.
기(起)․승(承)에서 비바람에 복사꽃이 떨어지고 냇물이 불어, 솟은 바위가 잠기고 말았다고 하여 냇물이 불었다는 상황의 변화를 부각시켜 놓고, 전구(轉句)에 와서 쌍쌍의 가마우지가 불어오는 냇물 때문에 터전을 잃었다고 했다. 그런데 결구(結句)에서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입에 문 채 풀섶에 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냇물이 불어 옛 터전을 잃었다고 해서 삶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시류(時流)에 따라 살 수도 없는 가마우지의 그러한 모습에서 우리는 역사를 인고(忍苦)하며 살아가는 곧은 정신을 볼 수 있다.
4.사리화(沙里花) - 이제현(李齊賢)
| 黃雀何方來去飛(황작하방래거비) 참새야 어디서 오가며 나느냐, 一年農事不曾知(일년농사부증지) 일 년 농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鰥翁獨自耕耘了(환옹독자경운료) 늙은 홀아비 홀로 갈고 맸는데, 耗盡田中禾黍爲(모진전중화서위) 밭의 벼며 기장을 다 없애다니. |
[시어, 시구 풀이]
不曾知(부증지) : 曾은 거듭, 거듭 알지 못하고. 전혀 모른 채
鰥翁(환옹) : 홀아비. 늙고 아내 없는 사람
耕耘了(경운료) : 논밭을 갈고[耕] 김을 매는 것[耘] 마치다[了]
耗盡(모진) : 해지거나 닳아서 다 없어짐
禾黍(화서) : 벼와 기장
[핵심 정리]
1. 지은이 : 이제현(李齊賢, 1286-1367) 고려 말엽의 문신. 호는 익재(益齋). 문집으로 <익재난고(益齋亂藁)>(당시 민요를 한역한 ‘소악부’도 여기에 실려 있음)가 있고, 비평집으로 <역옹패설(櫟翁稗說)>이 있다.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압운 : 飛, 知, 爲
4. 성격 : 현실 고발의 시
5.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6. 어조 : 부당한 현실을 비유적으로 고발하여 원망하는 어조
7. 주제 : 권력자의 수탈과 횡포의 고발
8. 출전 : <익재난고(益齋亂藁)>
▶ 작품 해설
이제현은 소악부(小樂府) 11편을 남겼는데, ‘사리화(沙里花)’는 그 중 네 번째 시이다. 소악부란 당시 유행하던 우리말 노래(민요 등)를 한시로 옮겨 놓은 것인데, 이 가운데는 ‘처용가’, ‘정석가’, ‘쌍화점’, ‘정과정’ 등의 고려 속요도 실려 있다. 칠언 절구(七言絶句)로 된 ‘사리화(沙里花)’는 세금이 무겁고 권력 있는 자들의 수탈이 심한 것을 곡식을 쪼아 먹는 참새에 비유하여 원망한 노래이다.
1연과 2연에서는 몰인정한 참새가 날아옴을, 3연에서는 농민들의 고달픈 삶을, 4연에서는 참새의 횡포를 노래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권력 있는 자들의 횡포와 수탈을 참새가 일 년 동안 애써 지은 농사를 다 빼앗아 가는 것에 비유하여 비판하고 있다.
5. 송인(送人) - 정지상(鄭知常)
| 雨歇長堤草色多 비 개인 긴 둑에 풀빛이 진한데, 送君南浦動悲歌 남포에 임 보내니 노랫가락 구슬퍼라. 大同江水何時盡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 건가? 別淚年年添綠波 해마다 이별의 눈물만 푸른 물결 더하거니. |
[시어, 시구 풀이]
送人(송인) : 사람을 떠나 보냄
雨歇(우헐) : 비가 그치다
長堤(장제) : 긴 둑
草色多(초색다) : 풀빛이 짙다. ‘풀빛이 선명함’의 뜻으로 여기서 ‘多’는 ‘짙다, 푸르다, 선명하다’로 풀이됨
送君(송군) : 친구를 보냄
南浦(남포) : 대동강 하구에 진남포. 이별의 장소
動悲歌(동비가) : 슬픈 이별의 노래가 울리다
何時盡(하시진) : 어느 때 다하리(마르리)
別淚(별루) : 이별의 눈물
添綠波(첨록파) : 푸른 물결에 보태다
1구(기) : 비가 갠 뒤의 아름답고 생명력 넘치는 자연을 묘사한 부분이다. 화자의 정서 또는 상황과 대조를 이루는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화자의 비극적인 심정을 한층 더 깊게 나타내고 있다.
2구(승) : <‘지학사’ 자습서>에서는 주제의 압축적 제시가 보이는 행으로 보고 있다. 남포에서 벗을 떠나 보내니 슬픈 노래가 저절로 솟아난다는 표현이다. ‘비가(悲歌)’라는 시구는 이 시의 주제를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3구(전) : 쉼 없이 흐르는 강물은 이별의 서글픈 정을 한없이 짙게 만든다. 비 온 뒤 대동강 물은 한층 더 유유히 흐르고 있거니와, 해마다 이별하는 이들의 눈물은 쌓이고 쌓여서 강물이 마를 날이 없으리라는 뜻으로 설의법이 사용되었다.
4구(결) : <‘금성출판사’ 자습서>에서는 ‘별루(別淚)’를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시어로 보고 있다. 자신이 흐르는 눈물은 이별하며 흘리던 수많은 눈물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화자는 자신의 눈물이 그저 강물의 일부로 더해질 뿐이라며 임과 이별하면서 흘린 눈물을 강물의 이미지로 전환시켜 그 슬픔을 극대화하고 있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정지상(鄭知常 ?-1135) 고려 시대의 문인. 호는 남호(南湖). 좌사간(左司諫) 등의 벼슬을 지냈고, 서경(西京) 천도(遷都)와 금(金)나라의 정벌을 주장했다. 묘청의 난이 일어나자 김부식에게 참살되었다. 시에 뛰어나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의 한 사람으로 꼽혔다.
2. 갈래 : 한시. 7언 절구
3. 압운 : 多, 歌, 波
4. 성격 : 서정적, 송별시(送別詩)
5. 표현 : 대조법, 도치법, 과장법
6. 구성 : 각 행은 도치되어 있으며 이를 바로잡으면 ‘1행-2행-4행-3행’이 된다.
(기) 강변의 서경 - 희망의 봄빛
(승) 이별의 전경 - 이별의 슬픔
(전) 이별의 한 - 대동강 물의 원망
(결) 이별의 정한 - 이별의 눈물
7. 제재 : 임(벗)과의 이별
8. 주제 : 이별의 슬픔
9. 의의 : 별리(別離)를 주제로 한 한시의 걸작이며, 당나라의 왕유(王維)의 시 ‘송원이사안서(宋元二使安西)’와 함께 이별시의 압권(壓卷)이라 칭송한다.
10. 출전 : <파한집(破閑集)>
▶ 작품 해설
이 시는 널리 애송되고 있는 고려 시대의 대표적인 한시로서, 표현 기교가 우수하고 격조 높은 가락으로 말미암아 오랜 세월 동안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절절하게 담은 이별시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는 한시의 전통적인 형식에 따라 서경과 서정의 세계를 함께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다. 시적인 이미지를 선명하게 제시하고 언어를 함축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특히 작품에 담겨 있는 풍부한 서정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된다. 1, 3구에서는 자연을 묘사하고 있고, 2, 4구에서는 인간, 즉 화자의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 대동강 강둑의 푸른 색채와 강물의 푸른 색채가 아름다운 배경을 이루지만, 이 푸른 공간이 결국 이별의 장소임이 나타나는 순간, 자연의 이와 같은 아름다움은 인간의 슬픔과 대조를 이루어 그 슬픔을 더욱 부각시키게 된다. 특히 이 작품은 도치, 과장법에 이어 대동강변의 남포라는 지명은 이 시의 구체성과 함께 향토적인 정서를 환기시켜 준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특히 이별의 눈물을 보태니 대동강 물이 마를 수 있겠느냐는 발상을 통해, 이별에서 오는 슬픔의 크기를 강물의 도도한 흐름으로 나타낸 점이 압권이다.
6. 습수요(拾穗謠) - 이달(李達)
| 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의 말이 田間拾穗村童語(전간습수촌동어) 하루 종일 동서로 다녀도 바구니가 안 찬다네. 盡日東西不滿筐(진일동서불만광) 올해에는 벼 베는 사람들도 교묘해져서 今歲刈禾人亦巧(금세예화인역교)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관가 창고에 바쳤다네. 盡收遺穗上官倉(진수유수상관창) |
[시어, 시구 풀이]
하루 종일 동서로 다녀도 바구니가 안 찬다네.
: 이러한 사정의 이유가 4구에 제시된다. 깡그리 수탈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삭 하나 남기지 않고 관가 창고에 바쳤다네.
: 수탈당하는 농촌의 현실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이달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성격 : 사실적. 비판적
4. 어조 : 농촌 현실을 풍자하는 목소리
5. 제재 : 피폐해진 농촌의 모습
6. 주제 : 수탈(收奪)에 시달리는 농촌 현실
7. 출전 : <손곡시집(蓀谷詩集)>
▶ 작품 해설
이 시는 농촌의 수탈상을 노래한 칠언절구(七言絶句)의 한시이다. 관가에 수탈을 담담한 표현 속에 담아 이를 통해 오히려 농민의 뼈아픈 아픔을 드러내고 있다. 당시 농촌의 수탈당하는 생활을 그린 작품이다. 관리들의 수탈이 얼마나 극심했는가를 제3자의 진술을 인용하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현실을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이 시는 밭고랑에서 이삭 줍는 시골 아이들의 말을 빌어 당시의 상황을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삭줍기도 어려워 바구니가 차지 않고 관가의 수탈 또한 혹심하여 농민들의 마음까지도 빼앗아가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7. 임진유감(臨津有感) - 김부식(金富軾)
| 가을 바람 산들산들 강물은 넘실넘실 秋風溺溺水洋洋(추강닉닉수양양) 고개 돌려 하늘 보니 생각 아득하여라. 廻首長空思渺茫(회수장공사묘망) 쓸쓸하다, 나의 임 멀리 떨어졌으니 恨恨美人隔千里(한한미인격천리) 강가의 난초는 누구 위한 향기뇨. 江邊蘭芷爲誰香(강변난지위수향) |
[핵심 정리]
1. 지은이 : 김부식(金富軾, 1075-1151) 고려 시대의 유학자. 역사가. 정치가. 1145년에는 왕명으로 우리 나라 최초의 정사(正史)인 <삼국사기> 50권을 편찬하였다. 이 밖에도 인종 초년에 <예종 실록>을 편찬하였고, 의종 초년에는 <인종 실록>을 편찬하였다.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성격 : 낭만적. 애상적
4. 어조 : 삶에 대한 달관(達觀)과 긍정의 목소리
5. 제재 : 가을날의 외로움
6. 주제 : 가을날 강가에서 느끼는 외로움
▶ 작품 해설
이 시는 강가에서 가을날의 외로움을 노래한 칠언절구(七言絶句)의 한시이다. 가을날 느끼는 애상적 정조를 바탕으로 임과 헤어진 외로운 심정을 읊고 있다. 1구와 4구에 강가의 정경을 제시하고, 2구와 3구에서 화자의 심경을 제시하고 있다. 어떤 특수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기보다는 유교 문화적 요소 속에서 허용되는 의례적이고 관용인 표현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8.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 - 최치원(崔致遠)
| 狂奔疊石吼重巒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人語難分咫尺間 지척에서 하는 말소리도 분간키 어려워라. 常恐是非聲到耳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故敎流水盡籠山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 버렸다네. |
[시어, 시구 풀이]
첩첩 바위 사이를 미친 듯 달려 겹겹 봉우리 울리니,
: 산골을 흐르는 시냇물의 소리를 강도 높게 표현하고 있다.
늘 시비(是非)하는 소리 귀에 들릴세라,
: 시비를 일삼는 세상의 소리를 멀리 하려는 심적 태도를 표현한 것이다.
짐짓 흐르는 물로 온 산을 둘러 버렸다네.
: 자신의 의도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시켜 은둔하고자 하는 작자의 목소리를 드러낸 것이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최치원(857-?) 신라 시대의 학자. 경주 최씨(慶州崔氏)의 시조. 자 고운(孤雲), 해운(海雲). 869년(경문왕 9) 13세로 당나라에 유학하고, 874년 과거에 급제, 선주(宣州) 표수현위(漂水縣尉)가 된 후, 승무랑(承務郞) 전중시어사내공봉(殿中侍御史內供奉)으로 도통순관(都統巡官)에 올라 비은어대(緋銀魚袋)를 하사받고, 이어 자금어대(紫金魚袋)도 받았다. 879년(헌강왕 5) 황소(黃巢)의 난 때는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초하여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2. 갈래 : 칠언절구
3. 연대 : 신라 말기
4. 성격 : 서정시
5. 표현 : 대구법. 의인법
6. 구성 : 기승전결의 4단 구성
7. 주제 : 산중에 은둔하고 싶은 심정
8. 의의 : 해동 문동인 최치원의 대표적 한시
9. 출전 : <동문선> 제 19권
▶ 작품 해설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은 칠언 절구로, 세상을 등진 서정적 자아의 모습을 잘 그렸다. 기(起)에서는 산골을 흐르는 냇물의 모습과 소리를 묘사했고, 승(承)에서는 그 소리가 사람 사이를 막아 버린다고 했다. 전(轉)에서 서정적 자아의 심적 태도를 드러낸 다음, 결(結)에서는 기․승 2구(句)를 받아 그것이 자신의 의도라고 했다. 기(起)에서의 묘사와 결(結)에서의 마무리가 탁월한 작품이다.
당나라에 유학하여 과거에 급제한 후,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 등으로 중국에서도 문명을 떨쳤던 최치원은 귀국 후 정치를 개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러한 난세를 절망하여 각지를 유랑하던 그는 가야산에 은거하여 여생을 마친다. 이 작품은 이러한 그의 만년(晩年)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준다.
한편, 작자의 심리 상태를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 수사법으로 대조법이 사용되었고, 자연의 물소리와 대조되는 것이 是非聲(시비성)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시에서 물의 이미지는 단절을 의미하고 주제를 함축적으로 나타낸 시어는 유수(流水)이다.
이 시는 현실적으로 패배한 지식인 최치원의 내면적 갈등이 잘 나타나 있다.
9. 전가(田家) - 강희맹(姜希孟)
| 流水涓涓泥沒蹄 흐르는 물 졸졸, 진흙에 빠지고 煖烟桑枯鵓鳩啼 따뜻한 날 뽕나무에 비둘기 앉아 우네 阿翁解事阿童健 늙은이는 일을 알고 아이는 씩씩하여 刳竹通泉過岩酉 홈통에 물을 보내 언덕을 넘어 가네. |
[핵심 정리]
1. 지은이 : 강희맹
2. 갈래 : 한시. 칠언절구
3. 주제 : 농촌의 건강한 삶
▶ 작품 해설
이 작품은 농촌의 건강한 삶을 보여주고 있다. 질척거리는 논, 논 옆의 뽕나무밭에서 비둘기의 평화로운 지저귐, 제 때에 할 일을 하는 농부와 그 뒤를 따르는 씩씩한 농촌 아이 등이 시의 소재이다. 한 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풍속을 경계하고 말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소중하다.’는 작자의 말대로, 농사의 때를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일하는 농부가 되어 신선한 삶을 체험하고 있다.
10. 절명시(絶命詩)․三 - 황현(黃玹)
|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 날 생각하니,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 어렵기도 하구나.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已沈淪(근화세계이침륜) 秋燈掩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
[시어, 시구 풀이]
鳥獸(조수) : 새와 짐승. 금수(禽獸)
哀鳴(애명) : 슬피 욺
海岳(해악) : 바다와 산. 해악(海嶽)
槿花(근화) : 무궁화. 여기서 ‘槿花世界(근화세계)’란 우리 나라를 일컬음
沈淪(침륜) : 침몰. 몰락
掩卷(엄권) : 책을 덮음
懷千古(회천고) : 지난 날을 생각함
難作(난작) : 하기 어려움
識字人(식자인) : 글 아는 사람
새와 짐승들도 - 찡그리니, : 국권 피탈의 치욕을 자연물과 새, 짐승을 통해 구체화한 표현이다. 번역 과정에서 ‘새와 짐승들’을 ‘새짐승’으로 하는 경우도 있음
가을 등불 아래 생각하니, : ‘등불’과 ‘책’에서 이 시의 화자가 지식인임을 알 수가 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책을 덮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어려운 역사적 현실 속에서의 작자의 고민이 드러난다.
[핵심 정리]
1. 지은이 : 황현(黃玹 1855-1910) 조선 말기의 학자. 문인. 호는 매천(梅泉). 강위(姜瑋), 이건창(李健昌), 김택영(金澤榮)과 함께 한말(韓末) 사대가(四大家)의 한 사람. 과서에 급제하였으나, 고향에 내려가 학문을 닦았다. 1910년 국권 피탈의 소식을 접하자 절명시 네 수를 남기고 자결하였다.
2. 갈래 : 칠언절구(七言絶句)
3. 압운 : 嚬 淪 人
4. 성격 : 우국시(憂國詩). 고백적
5. 표현 : 활유법. 대유법
6. 제재 : 국권의 피탈(被奪)
7. 주제 : 일제의 국토 강점에 대한 저항 의지
8. 출전 : <매천집(梅泉集)>
▶ 작품 해설
역사적 수난기에 대처하는 모습은 사람마다 다르다. 직접 역사를 이끄는 주체가 되기도 하고, 저항적이기도 하고, 외세와 타협하여 민족을 저버리기도 한다.
1910년 8월 한일 합방(韓日合邦)이 이루어지자, 그 소식을 들은 이 시의 지은이인 황현(黃玹)은 하룻밤에 절명시(絶命詩) 네 편을 남기고 음독 자살하는데, 위 시는 어려운 역사 속에서 지식인으로서의 처신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역사를 이끄는 힘을 갖지 못한 지식인의 저항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절명시(絶命詩) 네 수 가운데 세 번째 작품인데, 나라를 잃었다는 것은 국민된 이로서 상상도 하기 어려운 재변(災變)이다. 너무나 엄청난 일이어서 새, 짐승 같은 미물도 슬피 울고, 산 · 강 · 바다와 같은 자연도 찡그린다고 하였다. 그러니 그 나라의 국민은 더 말하여 무엇하리. 더군다나 지식인으로서 작자는 험난한 역사 속에서 처신의 어려움을 통감했으니 자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시에는 이렇듯 조선 선비의 꿋꿋한 기상과 정신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
<참고 “절명시” 나머지 내용>
□ 첫째 수
난리를 겪다 보니 백두년(白頭年)이 되었구나.
몇 번이나 목숨을 끊으려다 이루지 못했도다.
오늘날 참으로 어찌할 수 없고 보니
가물거리는 촛불이 창천(蒼天)에 비치도다.
□ 둘째 수
요망한 기운이 가려서 제성(帝星)이 옮겨지니
구궐(久闕)은 침침하여 주루(晝漏)가 더디구나.
이제부터 조칙을 받을 길이 없으니
구슬 같은 눈물이 주룩주룩 조칙에 얽히는구나.
□ 넷째 수
일찍이 나라를 지탱할 조그마한 공도 없었으니
단지 인(仁)을 이룰 뿐이요, 충(忠)은 아닌 것이로다.
겨우 능히 윤곡(尹穀)을 따르는 데 그칠 뿐이요
당시의 진동(陳東)을 밟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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