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종 목적은 언제나 시(詩)였다. 발레리(Valéry), 랭보(Rimbaud), 말라르메(Mallarmé), 그리고 그 세대의 시인들 거의 모두를 좋아했다……나는 계속해서 시 작업을 했으나, 글이 아닌 그림을 통해서였다. 항상 시적인 이미지를 추구한다. 내 정신은 한국적이고, 내 작품은 항상 나의 정신을 반영한다. 시인은 가장 정확한 단어들만을 사용해 본질을 구현해야 한다라는 의식을 그림의 매체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오고 있다.” — 김기린 (2018)
갤러리현대는 김기린(1936–2021)의 개인전 《무언의 영역 (Undeclared Fields)》를 6월 5일부터 7월 14일까지 개최한다. 《무언의 영역》은 2016년 개인전 이후 8년 만에 갤러리현대에서 열리는 전시이자, 김 화백의 작고 이후 첫 개인전이다. 단색화의 선구자로 알려진 김기린 화백의 회화를 화면 위에 그려진 시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며 단색조 화면 너머의 김 화백 작품 세계만의 독창성에 주목하는 전시이다. 단색적인 회화 언어가 구축된 시기인 1970년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연작부터, 1980년대부터 2021년 작고할 때까지 지속한 〈안과 밖〉 연작까지 약 40여 점의 작품이 소개될 예정이다.
화가이자 저술가인 사이먼 몰리(Simon Morley)는 김기린의 회화를 새로운 맥락에서 캔버스에 텍스트 없이 색으로 쓰여져 빛으로 만나는 시인의 그림이라 해석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기린의 첫 프랑스행은 1961년에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에 관한 연구를 위해서였고, 프랑스로 떠난 이십 대 시절 작가는 랭보(Arthur Rimbaud)나 말라르메(Stéphane Mallarmé)의 시를 읽고 시 집필에 몰두했었다. 삼십 대 초반, 미술사를 공부하며 자연스레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가 1966년에 원고지에 펜으로 꾹꾹 눌러쓴 시는 보일 듯 말 듯 그려진 격자 모양 단색의 캔버스 화면에 점점이 쌓아 올린 물감 덩이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김기린은 단색화 작가들과 같은 세대이지만, 한국에서 철학과 불어를 전공한 뒤, 프랑스에서 미술사 공부에 이어 미술을 시작한 화가로서 한국 화단의 화가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단색화 작가들 중에 유일하게 전통적인 회화 재료인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하여 색과 빛의 관계를 평생 탐구했다. 전시 제목 《무언의 영역 (Undeclared Fields)》은 사이먼 몰리의 에세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김기린이 회화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그려진 시를 감상하며, 시적 영감을 통한 작품과의 공명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출처: 갤러리 현대 사이트 https://www.galleryhyundai.com/exhibition/view/20000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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